
1부 (에베레스트)
가장 높은 침묵
Everest, the Mountain That Says Nothing
연말이 되면
사람들은 묻습니다.
올해 얼마나 올랐는지,
어디까지 도달했는지.
그러나 이 산은
그 어떤 질문에도
대답하지 않습니다.
에베레스트는
정복 이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,
수많은 실패 이후에도
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.
인간의 기록이 쌓이기 전부터
인간의 욕심이 닿지 못한 곳까지,
산은 말없이 시간을 견뎌왔습니다.

우리는 종종
이 산을 ‘정상’으로만 기억합니다.
가장 높은 곳,
가장 극적인 도착점으로.
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
에베레스트는
오르라고 소리치지 않는 산입니다.
그저
존재하는 법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.

그래서 연말의 질문은
늘 산 아래에서 시작됩니다.
연말의 공기는
늘 조금 무겁습니다.
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고,
증명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.
그러나 이 산 앞에서는
그 모든 계산이 잠시 멈춥니다.
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
아무 데도 도달하지 못해도
자연은 우리를 재촉하지 않습니다.


에베레스트는
가장 높은 산이지만
가장 낮은 목소리를 가졌습니다.
그 침묵 속에서
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.
올라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,
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
충분한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.
이 산은
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,
그 침묵만으로
올해를 충분히 덮어주고 있습니다.
"
올 해,
우리는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보다
얼마나 조용히 견뎠는지를
기억해도 괜찮습니다.
"
내일, 2부.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연재 됩니다.
💬 독자님께
모두에게 답을 드리지 못하더라도
남겨 주신 댓글은 하나하나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.
이 글의 사진은 Pinterest에서 발췌한 자료로,
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순간을 담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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